일본에서 돌아오기 전, 정확히는 몇 주를 겨우 앞둔 날이었다. 나는 혼자서 시험공부인지, 레포트인지를 하겠다고 도서관에 있었다. 시간은 아마도 오후였는데, 온통 유리로 되어 있는 도서관 문쪽 벽이 붉게 물들고 있던 것이 기억난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왔었나, 책을 가지러 올라갔었나 아무튼 그런 길에, 이노마타를 만났다. 이노마타라는 녀석은 거기서 정을 단단히 붙인 동아리 데파르마의 후배(?)로, 귀여운 꼬맹이 캐릭터.
언제까지 일본에 있냐고, 정확히 며칠에 한국에 가냐고, 아키타의, 오오마가리 불꽃 축제에 못와서 아쉽다고,
그런 대화를 무척 짧게 나누었다.
원래 동아리방이나 아무튼 동아리 행사에서 만나면 엄청 수다스러운 녀석인데, 밖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의외로 차가운 면이 있어 그 날도 길게 대화를 나눈건 아니었다. 조금 머쓱머쓱 대화를 나누고 열람실의 내 자리에 가서 앉았다. 휴대폰에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쭉 무작위 재생으로 설정해 둔 아이팟을 눌렀다. 재생되고 있던 곡이, 어떤 곡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 노래가 끝나고, 무작위로 Mr.Children의 Gift가 나왔다.
이찌방 키레이나 이롯떼 난다로.
이찌방 히캇떼루 모놋떼 난다로.
가장 예쁜 색깔은 무엇일까.
가장 빛나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자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나에게도 그건 너무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나가이 아이다 기미니 와타시따쿳떼 츠요쿠 니기리 시메떼 이따까라
모오 구챠구챠니 낫떼 이로와 카와리 하떼...
오랫동안 너에게 건네주고 싶어 꽉 움켜 쥐고 있었더니
벌써 엉망이 되고 색깔도 변해 버렸어..
이 노래에 특별한 사연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이노마타였을 뿐인데, 평범한 인사를 나눈것 뿐이었는데.
보쿠라와 마다 마욧떼 이루
마욧떼루께도
시로또 쿠로노 소노 아이다니 무겐노 이로가 히로갓떼루
우리는 아직 헤매고 있어
헤매고 있지만
흰색, 검은색 그 사이에 무한한 색이 퍼져나가
고마움과, 미안함과, 아쉬움과, 허무함과, 뭐 그런 이상한, 말도 안되는 감정들이 눈물이 되어 마구 흘러넘쳤다.
조용한 열람실에서 소리를 죽인 채로, 하지만 울고 싶은 대로 맘껏, 엉엉, 하고 울어댔다.
호라, 이찌방 키레이나 이로
이마 기미니 오쿠루요
이것봐, 가장 예쁜 색깔
지금 너에게 전할게
그 때는 영문을 알지 못했다. 무언가가 굉장히 슬펐고, 서러웠고, 그냥 눈물이 났을 뿐이다. 그래서 이 곡이 나와 어떤 주파가 맞아, 감정을 증폭시켜주었나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나보다.
마따 난또카 세옷떼 이케루까라
또 어떻게든 짊어지고 갈수 있을테니까
한국에 돌아오기 전날, 데파르마 동기들과 갔던 가라오케에서 불렀을 때는 이미 질펀했던 눈물 바다, 그 연장이 될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도 오히려 차분해졌기 때문이다. 그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까라 소바니 이떼요 소레 다케데 코코로와 카루쿠 나루
그러니까 옆에 있어줘 그것 만으로도 마음은 가벼워져
난 아마, 그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유학이 끝나간다는 것을, 마음으로 몸으로 절실히 느꼈던 것이다.
소노 스베떼가 이미오 못떼
그 모든 것이 의미를 가지고
어쩌면 그들에게는 그냥 또 하나의 일상이었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특별할 수 밖에 없었던 시간들, 함께 있어준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 마치 기적과도 같았던, 인연들과 그로 인한 즐거움의 순간들. 그리고 이제 곧 다가올 헤어짐과 아쉬움.
모오 돈나 바쇼니 이떼모
히카리오 칸지레루요
이젠 어떤 곳에 있어도
빛을 느낄 수 있어
그 복잡한 감정은 일순간 나를 사로잡았다가, 눈물과 함께 이미 지나간 듯 했다. 어떻게 해도, 그 때처럼 슬프고 눈물이 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그 순간의 무엇이 그런 느낌을 만들었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이지만.
이마 기미니 오쿠루요
키니 이루까나 우케톳떼요
지금 너에게 전할게
마음에 들어할까, 받아줘
어쨌든 나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내가 보낸 1년을, 이제는 이 곡으로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곡이, 그 묘할 정도로 일상적이었던 순간에 이별의 감정을 만들고 또 그것들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해주었다는 것이다.
기미또 다카라 사가세따요
너와 함께라서 찾을 수 있었어
그 덕분에, 나는, 그 1년간 나, 그리고 친구들이 보냈던 시간들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든 Gift가 된 것만 같은 착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내가 받은 것,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주고 싶었던 것들을 이 곡은 꾹꾹 눌러담고 있었다.
보쿠노 호 코소 아리가또
나야말로 고마워
오늘 버스를 타고 안개가 가득찬 양화대교를 건너며, 문득 또 다시 무작위 재생된 이 곡을 들으며 조금, 쓸쓸했고
그만큼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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