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의 촬영 지극히 개인적인 창작일지

@ Cafe de Ryuban



'안녕 사요나라', 오늘 무려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촬영(물론 사이사이 딴 짓은 충분히 했숩니...orz ) 끝에, 주요한 장면들은 어찌어찌 대강 촬영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드디어 무려 까페까지 빌려서;; 2시간안에 어떻게해서라도 끝내야하는, 왕 부담촬영이 남아있군요. ㄷㄷㄷ

역시 영화를 찍는다는게 보통일은 아닌지라 (게다가 개학해서 학기중;) 보통 동아리 친구들을 보면 출연도, 촬영도, 로케이션지 렌탈 등등도 동아리 안에서 해결하곤 합니다. 아무래도 이해를 잘 해주고, 부탁하기도 쉽고 말이죠. 저도 처음엔 그럴 작정이었는데 어떻게서든 찍고싶은 몇 가지가 있었던터라 영화 동아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친구의 집을 빌려서 세차례 촬영을 했는데, 역시 정말 쉽지 않네요.

소설이나 시나리오 단계까지는 몇 번 가봤지만, 정말 내 주관하에 찍는 영화는 처음인지라 이래저래 놀라곤 합니다. 영화라는건, 혼자 힘으로 되는게 아니니까.. 정말 많은 사람의 힘을 빌리는 거니까 말이죠. 오직 나 혼자의 판단과 나 혼자만의 상상을 여러사람의 힘을 빌려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만든다는게, 정말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 정말정말 새삼스럽게, 절실히 느낍니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쓴 대본을 누군가가 읽고 그 사람이 되어 연기해준다는것 자체의 희열이 좋았어요. 옛날에 한국에서 선배가 찍었던 영화 오디션을 보러 온 배우들을 보면서 정말 부러웠죠. 내가 쓴 대본을 누군가 연기해준다면 어떨까 두근두근. 처음엔 오직 그것만으로 즐겁고 좋았는데, 점점 그 사실 만으로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걸 느끼게되고, 대화 씬이라던가, 하여튼 장면은 점점 복잡해지고, 나의 연출력의 한계를 느끼고(뭐, 정말 당연한거지만 말이죠), 그것만도 모자라 역시 실제로 찍다보면 대본 쓸때 생각했던것 처럼은 안된다는 것도 절실히 느끼게 되면서, 대본의 한계도 느끼고...

그렇습니다만 하여튼, 무엇보다 제일 힘든건, 스스로도 이렇게 불안을 느끼면서도 배우와 그 외, 나와 이 영화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들의 불신의 눈...앞에서 나만은 그래도 꿋꿋하게 영화를 찍어야 된다는 겁니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자기 작품에 늘 소신, 확신을 갖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라고 생각해보려해도...;;;

학생 영화의 열악한 환경에서 겨우 처음으로 제대로 뭔가를 찍어보는 제가 뭘 말할 수 있겠냐만은...() 아아, 잘 될지도 몰라-와 이거 이래서 뭐 되겠나? 의 무한 반복이 바로 영화촬영이 아닌가...;; (그리하여, 잘 될지도 몰라-일 때는 '우와 진짜 이 맛에 영화 찍는구만! 죽이네!'이러다가도, 이래서 뭐 되겠나-일때는 '으아, 영화따위 아무나 할게 아니군!! 대삽질'의 반복.;;)

소설이야 다시 혼자 고쳐쓰면 그만이지만 촬영 한번을 다시 하기 위해서는 친구들에게 또 엄청난 민폐를 끼쳐야 하고...() 장소 빌려주는 친구에게도 폐를 끼쳐야 하고... 그런거 다 생각하다보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고생시키면서 찍을 가치가 있는가 이까짓게!! 라는 생각이 들어버리고, 그렇다고 이런 생각을 말 하는건 더더욱 안되니까 누르고 참고.;; orz

하여튼 오늘 정말 힘들게 12시간을 찍었고, 정말로 꽤 중요했던 많은 부분을 찍어서 아마 다음주중엔 크랭크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정말 잘 찍힌건지 어떤지 확신이 없어 마음이 편치 않네요. 한편으론 나랑 같이 고생한 다른 친구들에게 미안해서 또 마음이 편치 않고...() 그래도 그 노력의 댓가를 멋진 작품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한결 낫지 싶은데, 누구보다도 나에게, 멋진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데, 더 잘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만이;;; 아직 갈길이 먼 것 같습니다. 단순히 촬영 외에도 예민해지는거라던가 등등 인간적인 면에서도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고 말이죠..=▽= 오랜 집중력과 퀄리티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것도 그렇고... 내 선택에 확신을 가지는것도 그렇고.... 아아....어려워...저같이 의지박약한 인간에겐 어려운일 투성이.

아아, 약한 소리 하기 전에 일단 남은 촬영이나 잘해야겠죠...;; orz 내일 두 시간 동안 찍어야 할 두 씬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를 않네요. 으아아. 오늘이 벌써.. 몇회차촬영이려나. 그래도, 참 여느때보다도, 무척이나 불안한 밤입니다.


(+) 그러고보니, '안녕 사요나라' 카테고리를 만들고 '창작의 역사'라는 첫 글을 쓴지, 오늘로 딱 한 달째네요. 시나리오가 안써져서 정말 거대 삽질을 하고 있던 그때에 비하면 그래도 어떻게든 나름대로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연히 얻게되는 작은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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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04/20 08:49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9/04/24 11:11 #

    으하하 고맙습니다..ㅠㅠ 양민님을 비롯한 친절한 분들의 위로섞인 달달한 리플을 먹으며 저는 살고 있구요..() 영화는.. 완성 되어봐야알겠지만, 만들어진 상태에 따라 향후가 결정될듯..;;; 하지만 그건 불특정다수(?)에 대한 공개 여부이고... 많이 관심보여주신것도 감사한데, 혹시 보고싶으시다면야 살포시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헤헷. > 3< 근데 지금 상태로는 심히 걱정...orz
  • the1tree 2009/04/20 10:26 # 삭제 답글

    아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저는 영상직업학교에 다니는 중인데요. 아주짧은 단편들을 직어내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은 즐겁습니다만 현장에서는 온갖 상황이 벌어지는데다가 처음이라 당황스러울 때가 많아요.
  • 2009/04/24 11:13 #

    와아, 안녕하세요. 덧글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해주시는 분이 읽으셨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기쁘구요! 말씀하신대로 당황스러울때도 많고, 뭔가 하도 여러가지에 신경을 써야하는데다 그 촬영 현장의 일회성때문에 압박이 너무 심한 나머지 막 넋을 놓고 그러네요.... ㅠㅠ 며칠동안 삽질하다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어제부터 다시 편집을 시작했습니다. 흐흑. the1tree님도, 저도, 힘내보아요!
  • 지운 2009/04/20 14:48 # 답글

    콘티에 뼈다귀 그림 귀엽다 ㅋㅋㅋ
    저기 써 있는 시나리오는 일본어로 쓰인건가 믿을수 없음이야 +_+
  • 2009/04/24 11:14 #

    으하하하 ;; 콘티 그리는것도 되게 힘들더라..ㅠㅠ 아우! 낸 그림도 잘 못그리니까 슥슥..그리고 바로 다음날정도에 찍으면 괜찮은데 좀 많은 시간이 지난다음에 찍으려고 보면 내가 봐도 좀 뭐가 뭔지 모르겠는;;;;;; 시나리오 으흐흐 힘들었수! ㅠ▽ㅠ
  • Mrchildren 2009/04/20 16:49 # 답글

    우왕ㅋ 크랭크업이라니. 감개무량하겠소!!! 빨리 편집하고 기자 시사회 및 일반인 시사회하고 배우 무대인사 준비하고 해야겠군. 첫작품이니 마케팅 비용은 4~5억만 쓰죠.....................으악
  • 2009/04/24 11:17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악!!! 오빠!!!!ㅋㅋㅋ 근데 아직도 크랭크업 안하고 있숴요.. 이번주 내내 도저히 못하겠어서 수요일날 엑스트라 촬영 간단한거 하나만 하고, 주말이나 다시 시작하려고 맘먹고 있는데..ㅠㅠ 아니 왜이렇게 힘든거야!!! 지금 단계에선 편집을 좀 해두고 남은 촬영을 해야 마음이 편하려나...하고 있습니다. 촬영할때도 불안하고 확인할 땐 더 불안하고... ㅠㅠㅠ 엉엉엉. 전체 촬영비용 4~5만엔..은 커녕 그 반도 안되는(그것도 거의 술값;;;;) 저렴영화.
  • cain 2009/04/24 00:16 # 답글

    감독님이신 거군요/ㅅ/
    저처럼 주위에 민폐 좀 끼치면서도 무심하게 사는 사람도 있는데;; 뢈님의 섬세한 마음씀이 느껴지기도 해요.ㅎㅎ
  • 2009/04/24 11:18 #

    으하; 저런저런, 감독이라는 단어가 아깝군요...ㅠㅠ!! 암튼..ㅠㅠ 흐흑, 섬세하다기 보다는 소심하다고 해야할까, 그냥 솔직히 누구보다 제 자신이, 확신이 생겼다가도 없었다가도 하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찍는 저라도 확신을 가져야한다는 그게 너무 힘들더라구요 ㅠㅠㅠ 더 어른스러워져야겠다는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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