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하기 힘든 상담 있었을지도 모를 일

라디오를 틀어놓고 멍하니 있었다. 스쿨오브락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흘러나온다. 띄엄띄엄들어서 이 프로그램의 메인이 뭔지 잘 모를일이지만 오늘은 뭔가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그 중 흥미로웠던 15세 남자 고등학생의 상담. 

중학생때는 학교에 안나갔었는데, 이 방송을 듣고나서 힘을 내어 고등학교에는 진학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에 가는 이유가 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고, 납득이 되지 않아서 가기가 힘들다고 했다. 요즘엔 잘 안나간단다. 친구들은 있지만, 늘 친구들과 대화할때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상처주지 않도록,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버릇이 되어 상대에 맞춰 적당히 대응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진짜 자기가 누군지 모르게 되는 것이 싫다고 했다.

뭐, 이거야 말로 전형적인 중2병이군?! 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에이 이 못난놈'이라고 무시해버릴 수는 없을것 같은 기분. 무엇보다 혹시 내가 이런 상담을 듣는다면, 무척 그 기분에는 공감하면서도 딱히 뾰족한 어떤 해답을줘야할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것이 좀 슬퍼졌다. 나도 알고 있어, 그 기분. 하지만 나는 답을 찾지 못했어. 미안해.

진행자는 남자 두명인데, 정말 형식적인 질문과 답만 늘어놓았고, 뭔가 자신의 상담을 늘어놓던 닉네임 요와무시, 해석하자면 겁쟁이? 엄살쟁이? 약한놈? ;; 소년은 점점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되어갔다. 강해지고 싶다는 둥, 뭐가 무섭다는 둥, 늘어놓으면 돌아오는 대답이 부딪히지 않으면 넘어설 수 없다는둥.. 걷는것을 두려워하면 뛰어갈 수 없다는 둥..아아, 집어치워라아.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건 소년, 게다가 이 방송을 듣고 고등학교 진학을 결심하였다면 뭔가 위로를 얻고자 하는 마음은 절실하지 않았을까. 물론 진행자들도 이해는 간다. 자신들의 말이 큰 영향을 끼칠수도 있으니 조심은 해야겠고, 그러면서도 그 학생의 상담내용은, 어렸을때 누구나 한번쯤 생각했지만 결국 대부분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한채로 '순응'하거나 계속되는 '부적응'으로 고통받거나.. 둘 중에 하나밖에 답이 없으니까. 객관적으로 그럴듯한 이유도 붙일 수 없는 곳에 다들 참,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잘도 다녀왔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그렇다고 라디오에서, 학교를 가는 의미? 남들이 다 가니까. 안가면 너만 낙오되니까! 그니까 너도 그냥 참고 다녀봐!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간지가 안나니까.

사실 그 소년이 아직 어리고, 자기 말대로 겁쟁이이고,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니까- 아니면 정말 겉멋만 들어서, 중2병이 심각해서, 학교 가기 싫은 핑계를 찾고 있는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간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 자체를 마냥 쓸데없는 짓이라고, 크면 다 알게된다고, 바보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옳은 것일까?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늘 그럴듯한 핑계를 갖다붙이고, 자기합리화에 능숙해지는 것이 어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는 걸.

아무 생각없이 지나왔던 약 10년간의 학창시절. 나는 무슨생각으로, 왜 그 오랜 시간 학교를 다녔을까. 착한 학생이 되도록,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해왔을까. 그 외에도 인간관계의 온갖 치사스러운것들을 비롯한 수 많은 고민들..을, 왜 원래 그런거지-라고 생각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넘겨왔을까. 피했을까. 답이 없으니까? 답을 찾으려고는 했었을까. 그런 시절도 있었던것 같은데.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라고 중얼중얼 얘기하는 '요와무시'를 동정하고, 존경하는 이중적인 기분에 사로잡힌다.

아직도 스쿨오브락의 시시한 상담은 계속되고 있지만, (진행자 : 이런 나도 바보고,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너도 바보일걸, 아마도. 운운.) 결국 내가 짜낸 답은 하나 밖에 없다. 학교를 가는 이유, 혹은 그 외의 모든 일의 해답과 이유는, 오직 자기 자신 밖에 찾을 수 없다. 힘들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지기도 하겠지만, 슬프게도, 혹은 기쁘게도, 그 질문의 답은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중력삐에로'의 하느님이 기껏 직접 목소리를 내려주시며 하는 얘기가 '네 스스로 생각해!'라니까, 나도 흉내내볼까, 하는 기분으로.

라디오의 상담 내용을 들으며 '정말, 나도 그래요'라는 청취자들의 응답 메시지도 많이 온 모양이다. 혹시 나도 오래전 묻었던 질문, 아니 사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귀를 세워 열심히 들었는데, 결국 '12시가 되어 방송은 끝나지만 좀 더 얘기해보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끝난 모양이다.

자기 스스로 찾는 해답이라는것 자체가 결국 자기 합리화 일지도 모르지만, 잡음이 많은 세상에서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학교를 가든, 가지 않든, 언젠가는 스스로 '납득'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와무시군이, 그리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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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rchildren 2009/04/28 08:07 # 답글

    초중고대까지 어떠한 문제제시조차없이 너무도 당연하게 다니고 그 이후의 미래까지 취직-결혼-출산 까지 바득바득 빨리 진도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사는 이가 대부분이다보니...'착한아이 콤플렉스'처럼. 거기서 어긋나면 안되는것처럼 배웠고.
    요시무라인지 요와무시군인지 하는 친구가 하는 고민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건데 말야. 그런 이유때문에 최근에 대학까지 졸업하고 방황하는 제2의 사춘기라는게 생긴거 같애.. 남들처럼 정신없이 달려와서 취직하려고 보니 하고싶은게 뭔지도 모르겠고. 전공도 본인과 안맞고(내 얘기군.) 우와아아앙 이게 다 제대로된 가치관, 철학없이 당장 필요한 거만 집어넣는, 그럴 수 밖에 없이 내 몰리는 상황때문이라고 하고 싶다능..
  • 2009/05/06 15:31 #

    우와아앙!!! 그러게 말이에요 진짜 획일화된 교육이 왜 잘못된건지 이 나이 먹고 깨달았다니까요..ㅠㅠ 근데 그렇다고 내 자식한테 나중에 학교 안가도 되니까 너 하고 싶은거 자유롭게 하렴..이라고 당당하게 제안할 수는 있을지... 자신있게 대답할 수는 없지만..;;; ㅠㅠ 사는 방법도 사실 가지가지인건데, 뭔가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한다는 그 사고방식이... 참 다들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거 같애요 ㅠㅠ 근데 또 중간 이상은 가고 싶다, 가야한다는 생각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거 같고.. 엉엉! 암튼 제 2의 사춘기로서.. 그저 우와아앙!! 다함께 더 고민해 봅시다 ㅠㅠ
  • 2009/04/28 12:2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9/05/02 02:25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9/05/06 15:36 #

    으흑, 제가 그동안 일이 많아 한동안 이글루를 못들어와서 이제야 덧글을 남깁니다요 ;ㅅ; 불편할리가 있나요! 게다가 뵙자는 얘기 꺼냈던건 제가 먼저였는데요.. 과거에 닿았던 인연도 그렇고, 요즘 또 다시 블로깅을 하면서 Y님과 가까워지는것 같은 기분도 들었구요.. 그러다보니 전에 뵌적도 있었으니 한번쯤 또 뵈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어요 :3 이번에 그런 일이 생긴건 정말 뜻밖이었지만.. 어쨌든 이래저래, 돌아가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혀 부담같은건 아니니 ㅠㅠ 걱정마시구요. 헤헤. 새삼스럽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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