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참 영화볼 시간마저 없어(!) 지루하고 괴롭던 정신세계였으나 지난 주 평일 은혜로운 시사회 티켓을 얻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지난주, 지난주 온갖 영화 프로그램에서 너무 광고해주길래 오히려 오기가 생겨 별로 볼 마음이 없었는데 요렇게 또 보게 되는군요.
한 때 열심히 무대인사를 섭렵하던 시절의 열정;;이 없는 요즘은 보통 개봉영화를 끝물에 보게 되는 편인데, 요번엔 운좋게 일찍 본 편이라서 보실 분들을 위한 감상위주로 적어봅니다. :9
유학을 다녀왔거나 갈 예정인 당신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하는 것이 보다 젊은 시절, 좋았던 유학 시절에 대한 기억, 추억인 만큼, 두 주인공의 구체적인 에피소드들이 상세하게 구절구절 나열되어 있지 않은 점이 오히려 좋게 다가오기도 합디다. 알게모르게 관객 개인들의 추억을 들춰내며 일정정도 감정을 겹칠 수 있도록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 영화에서 형성되는 감정이 과잉으로(손발이오글오글?!)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
한 영어 하는 당신
완벽한 남자 정우성도 경우에 따라서는 한 없이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숙지할 것.
영화는 스케일과 스펙타클이라고 생각하는 당신
그런 당신이 이 영화에 가지고 있을 기대치는 아마 거의 들어 맞을 겁니다. 생각대로 해! 그게 답이야!
영화는 비주얼이라고 생각하는 당신
고원원 언니의 가녀린 사슴 라인은 순정만화 그 이상입디다. (...) 그 외, 말하면 입아픈 정우성의 심하게 멀쩡한 회사원 코스프레. 중국 사천의 아름다운 풍광들. 팬더는 진리임.
가을이니 사랑영화는 보고 싶지만 뻔한 멜로는 싫은 당신
안타깝게도 다소 뻔한 편..이지만 기대를 버린다면 의외의 신선함을 맛볼 수 있음.
요즘 삶이 시궁창인 당신
잠시 모든 시름을 잊고 환상에 나라에 다녀오실 수 있음. 경우에 따라 열폭이 옵션으로 따라 올 수 있으나 오히려 비웃어줄 수도(..읭?)
중국은 지저분하고 무질서 하고 기타 등등의 편견을 가지고 있던 당신
중국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버리지도 않으면서 묘한 환상을 만들어주는 영화. 오리엔탈리즘을 방불케함. 근데 확실한건 당신이 느끼던 대륙미녀의 한계를 이 영화와 고원원 언니가 깨줄꺼임. (..)
김상호 아저씨 팬인 당신
..좋은 취향이다! ㅠㅠb 사천에 가면 만날 것 같은 소주 한 잔 지사장님.
허진호 감독의 팬인 당신
만족도에 대한 차이는 있겠으나 최근작들을 생각하면; 실망할 영화는 아님. 가벼운 소품 느낌으로.
홍보에 너무 많이 노출된 나머지 영화를 다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돈이 좀 아까울 까봐 걱정인 당신
영화 중반쯤까지는 그렇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다가, 다 보고 나면 역시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뭐라는겨;)
소개팅에 볼 영화를 찾고 있는 당신
대체로 적절함. 다만 살짝 부끄부끄해질 수 있는 장면이 짧게 있다는 것을 고려하실 것.
외국에 장기간 다녀온 연인이 있는, 게다가 뭔가 잘은 모르겠지만 거기서 로맨스가 있었을 것 같은 낌새가 드는 당신
무조건 그/그녀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최대한 적극적으로 막으세요. '정우성 주연의 중국 사천 홍보영화라더라'라고 음해하십시오.
여기서 부터는 간단한 감상. (스포일러는 제거하자는 주의이지만 밟으실 수 있으니 주의를 요망합니다.;)
기대가 너무 낮았기 때문인가, 무난하게 잔잔하게 볼 수 있었던 영화. 그런 와중에도 이것저것 생각도 해보고. 결론은 역시 세상만사는 타이밍..?!
제목에도 쓰인 두보의 시는 참 좋은, 매력적인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의미적으로 잘 마무리 되지가 않는 느낌이 들어 같이 본 동행과도 갸웃갸웃했다. 위에 적었던 인생의 타이밍, 특히 사랑의 타이밍에 대한 비유인가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동행의 경우에는 한번 더 보면 좀 더 정확히 알것 같다는 얘기를 했는데, 나는 그냥 이 정도인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느낌은 있는데 설명을 하라면 못하겠다. 이 영화만의 특징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완벽하게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나, 감정의 넘침과 부족함이 미묘하게 나타나는 듯 하지만 그런 것들을 감출 수 있을 정도로, 전체적으로는 밸런스가 잘 잡혀있는 편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너무 노린것 같은 OST가 자꾸 너무나 시기적절하게 나오는건 무척 거슬리는 연출 이었지만, 뭐, 그런 멜로 영화인가. 그래도 허진호 감독, '작가' 인데 이런 노림수는 너무 유치하잖아요. (..)
정우성이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꼭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가 아니라더라도 사랑했던 그 순간 만으로도 이미 사랑은 이루어진것'이라는 요지의 말을 했을 때, 무척 멋지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내용의 영화이길 바랬는데 사실 영화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이 영화의 결말은 영화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억지스럽기도 하다. 흐음.
이 영화에서 건드리고 있는 또 하나의 소재에 대한 부분이 너무 가볍게 처리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려운 지점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으음. 그렇지만 대체로 뭔가 더 말할 수 있는 것들을 두고 너무 훑고 갔다는 생각을 지우기는 힘들다. 그래서 뭐 커다란 불만없이 보고나서도(나처럼 불만 많은 관객이 큰 불만이 없었다는 건 사실 꽤 좋은 영화일텐데도) 뭔가 2% 아쉬운 생각이 자꾸 드는 것 같다.
그래도 최소한 허진호 감독은 인물을 인물답게 만드는 디테일들과 자연스러운 모습들, 대사들을 잘 알고 있는, 역시 이름값은 하는 감독이라고 감히 생각했다.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인물이면서도 너무나 영화적인 인물들. 늘 그의 멜로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이러한 영화의 국제적 작업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이고, 사실 뭐 영화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현상이면서도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는 흐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간 여러 합작 영화들이 있어왔고 (이준기/미야자키 아오이, 하정우/츠마부키 사토시, 이나영/오다기리 죠 기타 등등) 그 영화들을 다 보지는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두 배우의 협연은 무척 자연스러웠고, 이 영화에서 가장 잘된 점이라고 생각 되었다.
P.S
이 영화의 포스터에 대해 친구가 너무나 합성티가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는데,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 (친구의 주장에 의하면 정우성이 셀카를 찍고 있는 사진에 무리하게 고원원을 합성시킨 것이라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렇게 성의 없는 포스터가 있을 수가 있을까 싶어, 얼핏 합성처럼 보이긴 해도 설마 그럴까. 혹시 이 영화의 포스터 촬영에 대해 알고 계시는 분이 있으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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